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정치인들은 왜 거짓말을 밥 먹듯 할까?"
"죄를 지었으면 인정하면 될 텐데, 왜 '정치적 보복'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할까?"
이런 질문들은 단순히 특정 정치인을 향한 비판을 넘어, 정치 자체에 대한 깊은 불신과 실망감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씁쓸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대중은 지혜롭지 못하고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용해 정치인들이 거짓 선동을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정치적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뒤에 숨겨진 의도를 의심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반 대중은 복잡한 정치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없기에, 결국 단순하고 자극적인 구호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꿰뚫어 본 통찰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던진 의문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현대적 고민은 2500년 전의 한 철학자가 민주주의를 보며 품었던 우려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바로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사상가, 소크라테스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가 "지혜"보다 "인기"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위험하게 보았습니다. 그는 유명한 비유를 들어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죠.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배의 선장을 뽑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항해 전문가에게 배를 맡기는 것입니다. 그는 바람과 별을 읽고, 폭풍우를 피하는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승객들이 투표로 선장을 정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가장 말을 잘하고 듣기 좋은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이 선장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다수의 감정에 의해 뽑힌 선장이 배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국가를 운영하는 일도 이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가적 지혜와 철학적 소양이 없는 대중이 감정적인 선동에 휩쓸려 잘못된 지도자를 뽑고, 결국 국가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이것이 바로 소크라테스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한 '선동 정치(demagoguery)'입니다.
2500년을 뛰어넘어 연결된 두 개의 통찰
시공간을 초월한 두 개의 비판은 공통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민주주의는 대중의 무지(無知)에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 정치인의 거짓 선동: 현대의 정치인들이 대중의 지적 한계를 이용해 거짓을 말하고 선동한다는 비판은, 소크라테스가 경계했던 '선동가'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복잡한 정책을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누고, 이성적인 토론 대신 감정적인 구호로 지지를 얻어내려 합니다.
- 대중의 무지와 감정적 판단: "순진하고 지혜롭지 못하다"는 비판은 소크라테스가 우려했던 대중의 모습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모든 정보를 깊이 파고들기 어려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 편'이라는 감정적 편향이나 단순한 이미지에 의존해 판단을 내리곤 합니다.
이러한 비판은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진실을 분별할 능력이 있는가? 단순히 표를 던지는 행위를 넘어, 민주주의에 합당한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소크라테스가 우리에게 남긴 진짜 메시지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이 지혜를 추구하고 스스로 성찰할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그렇기에 우리는 정치인들의 달콤한 말 뒤에 숨겨진 진실을 꿰뚫어 보고,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단순히 '어느 편'이냐는 감정적 논리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를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어쩌면 2500년 전 소크라테스가 던진 질문은 민주주의의 결함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는 민주주의에 걸맞은 지혜로운 시민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도록 만들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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