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 2025. 6. 24. 11:00

[김명남 번역가] 18년 꾸준함의 비결, 프리랜서 번역가의 작업 & 체력 관리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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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눈을 뜨면 안방의 침대에서 일어나 옆방의 책상으로 출근하는 김명남 번역가님. 마감에 쫓겨 밤샘 작업을 하는 일 없이, 매일 9시간에서 12시간을 꾸준히 책상 앞에서 일하시는 모습은 많은 프리랜서분들께 깊은 울림을 줍니다. 18년간 흔들림 없이 쌓아온 그 '항상성'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바로 '40분 일하고 20분 쉬는' 단순하지만 비범한 자기 규율에 있습니다.

 


프리랜서 작업의 핵심, '40분 일 20분 휴식'의 실행력

'애걔' 싶을 정도로 간단해 보이는 이 원칙은, 실행 이력에서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18년 동안 이 원칙을 지켜오신 김명남 번역가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40분간 휴대폰, 메신저, 이메일함을 보지 않고 완벽하게 몰입하고, 40분마다 엉덩이를 들어 20분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칼같이 책상 앞에 앉는 이 사이클을 매일 8회 연속 반복하는 것은, 짐작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 집중력과 지구력이 이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 간단한 원칙을 20년간 꾸준히 쌓아 올린 결과는 놀랍습니다. 120권의 책, 5만 쪽에 달하는 문장이 이 단순한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한국 독자들에게 연결되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등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가 된 수많은 명작들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습니다.


베테랑의 도구: 덜어내고 또 덜어내기

김명남 번역가님은 20년 전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쪼개 시작한 번역을 '운명의 상대'라고 표현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찾은 것이죠. "무엇을 더 해볼까"가 아닌 "무엇을 덜 할까"에 집중하며 삶의 모든 군더더기를 덜어내셨다고 합니다.

  • 습관적인 술 끊기: 작업 컨디션과 시간 낭비 때문에 술을 끊고 인간관계도 단출해졌습니다.
  • 여가 활동 최소화: 3~4시간을 훌쩍 보내버리는 야구 시청도 미련 없이 접고, 오직 음악 감상만이 유일한 즐거움으로 남았습니다.
  • 단순한 식사: 일주일에 한 번 식재료를 준비해두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불필요한 선택과 시간을 줄였습니다.

이러한 '수도승 같은 삶'은 오직 번역에만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깨끗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번역을 더 오래, 더 잘하기 위한 '장기 공략법'이었으며, 복잡할수록 실천과 멀어진다는 깨달음에서 나온 '실패를 줄이는 단순함'이었습니다.


베테랑의 루틴: 다른 책에 '한눈팔기'의 미덕

김명남 번역가님은 매일 아침 새롭게 출간된 책 목록을 샅샅이 읽는 것을 25년째 변치 않는 첫 번째 루틴으로 삼으셨습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꼼꼼히 살피며 시장을 조망하고, 자신이 번역할 책의 위치를 가늠한다고 합니다.

 

"좋은 번역은 '다른 책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그의 믿음은, 자신의 책에만 고립되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힘이 됩니다. 타인의 걸작에 감탄하고 거기서 배움을 얻으며 "나는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은 스스로의 실력을 갈고닦는 중요한 수련법입니다. 경쟁자의 번역물을 보며 괴로울 때도 있지만, 이를 통해 자신만의 장점을 발견하고 현재의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이 베테랑 번역가 김명남의 '한 끗'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슬럼프를 통한 체력 관리 노하우: '꾸준함의 고원'을 향하여

2019년 이후 부모님의 간병과 체력 저하로 깊은 슬럼프를 겪으셨을 때, 김명남 번역가님은 '과거의 방식을 벗어나라'는 정신과 주치의의 조언을 받아들였습니다. 매일 12시간씩 일하던 루틴 대신, **하루 8시간(8KMN)**을 넘지 않는 새로운 원칙을 세우셨습니다. 심지어 몸이 좋지 않은 날에는 4KMN, 2KMN으로 작업량을 과감히 줄이는 유연함을 가지셨습니다.

 

또한, 집에서 도보 30분 거리의 공유 오피스를 계약하여 매일 출퇴근하며 몸을 움직이셨습니다. 오전에는 햇살을 받으며, 밤에는 밤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체력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기 돌봄의 시간 확보는 '절망의 계곡'을 지나 '꾸준함의 고원'으로 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베테랑의 '한 끗': 'DO NO HARM'과 현재의 확신

김명남 번역가님은 자신이 번역하는 모든 문장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확신을 베테랑의 '한 끗'으로 꼽습니다. 대충 아는 척하며 옮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번역을 마친 직후에는 저자보다 그 책을 더 잘 안다고 느낄 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저자가 모호하게 쓴 문장까지도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심사숙고하여 정확한 답을 도출하는 철저함에서 비롯됩니다.

 

더 나아가, 그는 'DO NO HARM', 즉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원칙을 번역가로서의 숨겨진 보루로 삼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주장이나 유사과학을 퍼뜨리는 책은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의뢰가 들어와도 거절하는 소신을 지키시는 모습에서, 자신의 일이 세상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철저함과 소신, 그리고 현재의 자신감이 어우러져 김명남 번역가님은 십대 시절의 '마흔 살엔 번역가가 될 거야'라는 예언을 넘어, '적어도 40년은 이 일을 해야지'라는 다짐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계십니다. 그의 이야기는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꾸려가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영감과 실질적인 지혜를 선사합니다.

 

김명남 번역가님의 노하우를 통해 여러분의 프리랜서 여정에도 '꾸준함의 고원'이 펼쳐지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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