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열심히 살고 싶은데 자꾸만 미루게 돼요', '금방 질리고 다른 자극을 찾아요' 같은 생각에 공감하시나요? 성장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이상하게 두뇌와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잠시의 지루함이나 불편함도 견디기 어려워 바로 스마트폰이나 다른 자극을 찾게 되는 우리,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최근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팟캐스트 '다이어리 오브 CEO'에서 이 문제에 대한 놀라운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게스트로 출연하신 스탠포드 대학교의 저명한 뇌과학자이자 중독 의학 교수이신 애나 렘키 박사님은 많은 현대인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근본적인 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바로 '도파민'과 우리의 '두뇌'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인사이트였는데요.
도파민은 '좋다/나쁘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애나 렘키 박사님은 우리가 도파민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흔히 도파민을 쾌락 물질, 또는 중독의 원인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도파민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게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적인 두뇌 화학 물질이라고 합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행동하도록 만드는 동기 부여'의 시작점이며, 생존과 보상에 연결된 행동을 지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파민 수용체가 제거된 실험 쥐가 바로 앞의 먹이조차 얻으려 노력하지 않고 굶어 죽는다는 연구 결과는 도파민이 없다면 우리가 행동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문제는 도파민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도파민이 주는 '보상'을 얻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에 있다는 겁니다. 박사님은 우리의 두뇌가 '고통'과 '만족/보상' 사이에서 항상 저울질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루함, 심심함, 우울함, 스트레스 같은 다양한 '고통'을 느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반대편에 있는 '만족'이나 '보상'을 즉각적으로 채우려 합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 특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은 이 '즉각적인 보상'을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손가락 몇 번 까딱하는 것만으로 강렬한 자극과 쾌락을 얻게 되면서, 우리의 두뇌는 몸을 써서 어렵게 얻는 보상보다 '쉬운 보상'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쉬운 도파민의 덫.. 과정의 가치를 잃다
이처럼 '쉽고 빠른 보상'에 길들여진 두뇌는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견디는 것을 더욱 힘들어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보상의 일부였는데, 이제는 과정 없이 '결과'만 즉각적으로 얻으려 하거나, 혹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회피하기 위해 음주, 흡연, 게임, 음란물 시청 등 몸과 두뇌에 해로운 '쉬운 보상'에 자꾸만 손을 대게 되는 것이죠.
결국, 우리가 피하려 했던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이러한 '쉬운 보파민' 추구의 반복으로 인해 점점 더 커져 갑니다. 목표는 멀어지고 자존감은 낮아지며, 끊임없는 갈증 속에 더 강한 자극만을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기조차 어려워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두뇌를 리와이어링하는 비밀.. '조금 어려운 일'을 의도적으로 하라
그렇다면 이 '쉬운 도파민'의 덫에서 벗어나 두뇌를 다시 '성장 모드'로 바꾸고 장기적인 만족과 행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애나 렘키 박사님은 놀랍도록 단순하지만 강력한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바로 '매일 의도적으로 조금 어려운 일 하나'를 하는 것입니다. 하기 싫고 귀찮은 일, 미루고 싶은 일,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을 일부러 선택하여 해내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운동하기, 어려운 책 한 페이지 읽기, 설거지 바로 하기, 복잡한 문제 풀기 등입니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낼 때 두뇌는 즉각적인 보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도파민을 분비합니다.
처음에는 물론 고통스럽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꾸준히 해나가면 도파민의 기본 수치(베이스라인) 자체가 높아지고 오래 유지되어, 쉬운 자극이나 중독적인 행동에 대한 갈망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30분, 1시간의 운동이 서너 시간 동안 우리의 도파민 베이스라인을 높여 중독이나 즉각적인 보상을 덜 원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는 헬스장 입구의 문을 미는 것'이라는 격언처럼, 시작은 어렵지만 일단 시작하면 그 노력에 비해 훨씬 큰 장기적인 효과를 얻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천을 돕는 4가지 스텝과 인사이트
애나 렘키 박사님은 이 과정을 돕기 위한 네 가지 실천적인 스텝을 알려주셨습니다.
- 알아차리기 : 자신이 어떤 문제 행동(예: 스마트폰 과다 사용, 특정 게임 중독 등)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지, 혹은 스트레스나 지루함 같은 '고통'이 느껴질 때 어떤 행동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대체하려 하는지 일상을 돌아보며 솔직하게 파악합니다.
- 솔직해지고 다짐하기 : 반복되는 중독적인 행동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과 함께, 그 대신 새롭게 해 나갈 긍정적이고 유익한 행동(조금 어려운 일)을 구체적으로 정합니다.
- 문제점 적어보기 : 내가 문제 행동이나 습관 때문에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등 자신과 주변에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는지 직접 글로 써보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합니다.
- 도파민 금식 대신 유익한 행동으로 채우기 : 완전히 도파민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해가 되는 도파민 원천(나쁜 습관)을 줄이고, 성장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인 만족을 주는 '어려운 행동'들로 도파민을 얻는 습관을 만듭니다.
박사님은 또한 중독적인 행동이 시작되는 주요 네 가지 감정 신호로 배고픔(Hungry), 화남(Angry), 외로움(Lonely), 두려움(Fear)을 꼽았습니다 (HALT). 이러한 감정 신호가 나타날 때, 무의식적으로 '쉬운 보상'을 찾기보다, 의식적으로 나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귀찮고 하기 싫은 약간 어려운 일'을 선택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조언하셨습니다.
이 인사이트들을 접하며 저는 현대 사회에서 '과정의 가치'가 얼마나 퇴색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빨리 결과를 얻으려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만족감, 자존감, 그리고 성장은 쉬운 길 끝에 있는 찰나의 보상이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하고 땀 흘리며 어려운 과정을 통과했을 때 비로소 얻어지는 단단하고 오래가는 열매라는 것을 박사님의 설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마지막 순간처럼, 과정에 몰입하기
박사님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보는 것도 현재를 의미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지금 하려고 마음먹은 어려운 일이 내가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이라면, 우리는 그 순간의 불편함이나 고통에 집중하기보다 그 자체에 최대한 몰입하고 감사하며 해낼 겁니다. 이 강력한 관점 전환은 '귀찮음'이나 '힘듦'이라는 감정을 초월하여, 현재의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 깨닫게 해 줍니다.
결국, 우리의 두뇌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 즉 '성장과 만족'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쉬운 도파민'의 유혹을 알아차리고, '어려운 도파민'이 주는 진정한 성취감과 지속적인 만족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아, 귀찮아' 대신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더 단단해지고 원하는 나에 가까워질 거야'라고 바꾸는 연습이 중요하겠죠.
지금 당장 엄청난 변화를 시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박사님의 말씀처럼, 오늘부터 '하루에 단 한 가지, 나에게 조금 어려운 일'부터 의도적으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작은 실천이 우리의 두뇌 회로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장기적인 행복과 성장을 향한 큰 걸음을 내딛게 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의 '조금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요? 이 글을 읽고 느끼신 점이나 나만의 실천 방법에 대해 댓글로 함께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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